한국에서의 점심시간은 정말 풍요로움 그 자체입니다. 한식종류만 해서 수십가지가 넘고, 일식 중식 등 아시아식당 뿐아니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식당 게다가 떡복이 오뎅 같은 분식. 뿐만 아니라 패스트푸드와 퓨전레스토랑 등등 더 할 나위 없이 부러운 환경이죠.
하지만 이곳 동유럽 슬로바키아에서는 먹거리가 충분치 않아 너무 안타깝습니다. 게다가 슬로바키아 점심시간은 매일매일 방랑의 연속인데 오늘은 어디서 무었을 먹을지 몰라 어떤날은 30분을 헤메다가 결국 맥도날드 햄버거로 때운 점심시간이 하루이틀이 아니었죠.
그래도 몇해전까지는 한국대기업 공장들이 모여있는 공단지역에 회사가 위치해 있어 점심시간이 되면 사내식당에서 갖가지 메뉴로 한국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했는데. 복날이면 삼계탕도 해주고 입맛없으면 라면도 끓여주고 그랬었죠. 하지만 하는 일이 바뀌어 사무실이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 위치해 있는지라, 함께 일하고 있는 젊은 유럽친구들과 점심식사를 하는 일이 많이 생깁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슬로바키아 점심시간이 돌아왔고, 팀원과 매니저들이 이 외로운 동양인을 역시나 챙겨주고 있네요. 처음에는 슬로바키아 동료들과 자주 어울려 다녔는데 특별히 약속이 없으면 대여섯 명의 남녀동료들과 함께 이곳저곳 브라티슬라바 다운타운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죠. 한국에서 상상했던 이국적이고 여유로운 유럽 직장생활. 바로 그 모습.
이 얼마나 좋은 그림인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특별히 서로 할 말도 없고, 나 때문에 영어를 해야 하는 다른 친구들도 답답할 것이며, 하루 중 유일하게 자신이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점심시간을 이렇게 날려버리는 것도 못내 아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요즘 점심은 혼밥을 합니다. 매일 점심시간이 되면 여행자의 마음으로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 구석구석을 구글맵을 보면서 하나씩 찾아다니는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이 자그마한 슬로바키아 수도에 점심식사를 할 만한 식당들이 꽤 보입니다. 베트남,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식당은 물론이고, 패스트푸드, 퓨전 레스토랑, 슬로바키아 스타일 식당도 보이네요. 한 가지 아쉬운 건 아직 시내에 한국식당이 없다는 겁니다. 식사를 하다 보면 ‘김치’, ‘불고기’라고 하는 슬로바키아 사람들의 대화 내용이 심심치 않게 들리곤 하는데 말이죠. 이러다, 중국인이 어설픈 한국식당을 차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먼저 코시다 라고 하는 일본 이자카야 식당이 일본 가정식 메뉴로 점심시간 비즈니스를 하는 곳인데 시내중심부에서 걸어서 10분정도 가면 됩니다. 이곳은 스시를 팔지 않으며 가라아게 정식과 된장 고등어 정식 및 유부우동 처럼 가정집에서 먹을 법한 메뉴가 특징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백반 집 같은 느낌이랄까요. 가격은 메뉴당 10유로 수준이니 음료수까지 더하면 한국돈으로 약 1만5천원 정도네요.
최근 점심식사로 수제버거를 애용하는 슬로바키아 젊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곳은 영국에서 온 젊은 사업가가 슬로바키아에서 점심시간용으로 운영하는 수제버거집입니다. 점심식사 한끼에 1만원 정도면 수제버거와 음료수를 먹을 수 있네요.
슬로바키아를 비롯한 유럽 젊은사람들도 채식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곳은 채식전문 레스토랑인데, 가격도 6~7천원으로 저렴하고 개성있는 사장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이지요. 저도 한달 정도 이곳에서 점심시간에 애용을 했는데, 역시나 몸무게도 줄고 피부도 깨끗해지는 효과를 봤습니다.
이 생활이 언제까지 일지 모르지만, 오늘도 귀에 이어폰을 꼽고 수백 년이 된 건물 사이사이에 새로 오픈한 가게를 찾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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